한동안 마라톤에 꽂혀서 열심히 검색해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5km 건강마라톤에 출전한 경험도 있습니다. 마음만 앞서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평소에 입던 운동복이랑 운동화 신고 달려서 근육통에 발톱까지 멍들었지만 생각보다 뛰는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 한참 마라톤 영상도 즐겨보곤 했는데 마라톤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바로 러너스 하이라는 것인데요. 오늘은 러너스 하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러너스 하이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주로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 중에 발생하는 강렬한 행복감이나 황홀감, 통증 완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운동이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고 신체의 피로감이 어느 정도 넘어서면 발생할 수 있으며, 신경화학적 변화에 의해 촉발됩니다.
러너스 하이의 개념은 1970년대에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운동 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운동 중에 엔도르핀이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가능해졌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엔도칸나비노이드라는 물질이 러너스 하이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이 개념에 대한 이해가 더욱 심화하게 되었습니다. 러너스 하이라는 말 자체는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고양된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후 스포츠와 운동 생리학에서 널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러너스 하이 원리가 뭘까?
러너스 하이의 원리는 주로 신경화학적 변화에 의해 설명됩니다. 운동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생리적 반응들이 러너스 하이를 유발하며 이러한 반응들은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1. 엔돌핀(Endorphins)
엔도르핀은 뇌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자연 진통제" 역할을 합니다. 엔도르핀의 이름은 "엔도제너스 모르핀 (endogenous morphine)"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신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모르핀과 같은 물질임을 의미합니다. 운동 중 신체가 스트레스와 통증을 경험하면 뇌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합니다. 엔돌핀은 통증 수용체에 작용하여 통증을 줄이고 동시에 행복감과 황홀감을 증가시킵니다. 그 결과 운동 중에 느끼던 피로와 통증이 감소하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와 기분의 고양감을 느끼게 됩니다.
2. 엔도칸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
엔도칸나비노이드는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화합물로 기분, 통증, 면역 반응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화합물은 마리화나의 활성 성분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운동 중에 엔도칸나비노이드 수치가 증가하면서 이는 뇌의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에 작용하여 불안을 줄이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유발합니다. 엔도칸나비노이드는 특히 운동 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으며 러너스 하이에서 경험하는 평온한 감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3. 도파민(Dopamine)
도파민은 뇌에서 생성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동기 부여와 보상 시스템에 관여합니다. 운동 중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면 이는 성취감과 보상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운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운동을 더 지속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도파민의 증가는 운동 후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높이며 이는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형성해 운동을 지속하게 합니다.
4. 세로토닌(Serotonin)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 수면, 식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운동은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켜 기분을 안정시키고 행복감을 유도합니다. 운동 중 세로토닌이 분비되면 불안과 우울감이 줄어들고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합니다. 세로토닌의 상승은 러너스 하이 동안 느껴지는 정서적 안정감과 연결됩니다.
5. 운동으로 인한 혈류 증가와 뇌 활성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더 많은 혈액이 근육과 뇌로 공급됩니다. 이는 산소와 영양분이 더 많이 전달하게 하여 뇌의 기능을 최적화하고 기분을 개선합니다. 또한 운동은 뇌의 여러 부분을 활성화시켜 특히 기분과 관련된 영역을 자극합니다. 이는 전반적인 기분을 좋게 만들고 운동 중 몰입상태를 유도합니다.
마라톤에서만 러너스 하이가 느껴질까?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유산소 운동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수영
- 사이클링
- 아쿠아로빅
- 에어로빅
- 줌바 댄스
- 로잉(조정)
이 밖에도 다양한 유산소 운동에서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는데 러너스 하이가 언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30분~1시간 정도의 지속적인 운동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간 동안 신체는 고강도 운동에 적응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엔도르핀과 같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화학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합니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려면 꾸준한 운동과 일정 강도 이상의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나 운동의 종류는 개인의 체력 수준, 운동 강도,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고 꾸준히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유산소 운동에서만 러너스 하이가 느껴지는 것일까? 근력운동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근력운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운동을 "서킷 트레이닝"이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라고 부르는데 이 방식은 짧은 휴식 시간과 높은 강도의 근력운동을 반복하면서 심박수를 높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킷 트레이닝은 여러 가지 근력운동을 짧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속으로 수행할 때 심박수가 올라가 유산소 운동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고양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의 경우는 짧고 강렬한 근력운동 세트와 짧은 휴식을 번갈아 가며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훈련 방법도 심박수를 높이며 러너스 하이와 유사한 효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러너스 하이는 일반적으로 장시간의 유산소운동과 관련이 있지만 심박수가 충분히 높아지고 일정시간 이상 지속되면 근력운동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력운동에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는지는 개인차가 크며 보통은 유산소 운동에서 더 쉽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며
마라톤과 같은 달리기를 할 때도 그렇지만 아쿠아로빅과 같은 유산소에서도 러너스 하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2년째 아쿠아로빅을 해오고 있는데 50분을 쉬지 않고 뛰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몸이 힘들지 않고 가볍게 느껴지며 잡생각이 사라지고 심지어 경쾌한 느낌까지 듭니다. 사이클도 종종 즐겨하는데 사이클의 경우에도 초반만 힘들고 계속 달리다 보면 1시간쯤엔 묘한 쾌감이 느껴집니다. 마라톤의 경우에도 러너스 하이가 느껴지면서 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달리기에 중독된 사람들이 러너스 하이에 빠져 중독이 된다고 합니다. 한 번도 안 뛰어본 사람들이 뛰면 바로 느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러너스 하이를 느껴보겠다고 무리하게 달렸다가 오히려 근육통과 무릎 통증, 발과 발톱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거나 운동하는 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늘려나간다면 러너스 하이를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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