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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한 하루의 건강정보

응급실 진료 거부와 KTAS, 응급실 진료비 인상

by 훈찬마미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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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나 방송 뉴스를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응급실 진료거부가 바로 그 주제인데요. 사람이 살면서 응급실 한 번 안 가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본인이 아프던 가족이 아프던 누구나 한 번쯤은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어 있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만 의지하고 달려갔는데 병원 문 앞에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얼마 전 소방노조가 시위를 벌인 일이 있었는데 그 주제가 바로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구급차 뺑뺑이로 사망한 사람이 작년 수치를 넘었다는 인터뷰와 함께 시작된 기사는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출산을 했다는 내용과 공사현장에서 사고당한 환자가 10여 곳의 병원을 돌다 결국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차 안에서 숨졌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의정 대립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의정 갈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방노조는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 개선, 구급 대원에게 실질적인 병원 선정 권한 부여, 응급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및 개혁, 구급 대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와 진료거부

 

 

▶ KTAS가 뭘까?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받는데 일정한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그 기준이 바로 KTAS입니다. KTAS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로 "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의 약자입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은 환자의 증상, 생체 징후, 병력 등을 기반으로 환자의 긴급성을 평가하여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KTAS는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뉘어 있습니다. 

  • 1단계 위급 :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필요합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태로 곧바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심장마비, 무호흡, 음주와 관련되지 않는 무의식 등이 있습니다. 
  • 2단계 긴급 : 매우 심각한 상태로 빠른 시간 내에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이 있습니다. 
  • 3단계 중증 : 응급 상황은 아니지만 상태가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처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호흡곤란, 출혈을 동반한 설사 등이 있습니다. 
  • 4단계 준중증 : 상태가 안정적이며 응급처치가 시급하지 않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38℃ 이상의 발열을 동반한 장염, 복통을 동반한 요로감염 등이 있습니다. 
  • 5단계 비응급 : 응급 상황이 아니며 응급실 방문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감기, 장염, 설사, 열상(상처) 등이 있습니다. 

 

 

 

 

 

▶ 응급실 분류기준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KTAS 같은 분류가 응급실에서 환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류를 일반 사람들이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가 문제입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위급한 경우를 몇 번 겪은 적이 있는데 가장 응급실을 많이 찾게 된 경우가 아이가 열이 나거나 다쳤을 때입니다.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열이 펄펄 나거나 아니면 다쳐서 피가 나고 아파서 울고 있을 때 여태까지는 바로 응급실을 이용해서 치료나 처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KTAS 분류에 의해 그러한 자잘한 증상은 5단계 비응급에 해당되어 동네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받고 위중하면 그때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을 가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열이 나는데 이게 감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뇌수막염에 의한 건지 어떻게 알고 모두 비응급으로 처리하는 건지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만약 KTAS에서 높은 단계로 분류되어 진료를 보더라도 높은 진료 비용에 한번 더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에서 보니 응급실 진료 비용 중 본인 부담금이 90% 이른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 사건 이후 의료 공백 속에 중증, 응급 환자의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본인부담금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응급환자 기준 4단계, 5단계에 해당하는 환자, 즉 감기, 두통, 장염, 설사, 척추 통증, 폐렴 등의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종합병원, 상급 종합병원에서 90%를 부담(종합병원은 10만 원, 상급 종합병원은 22만 원)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는 종합병원은 50%(6만 원), 상급 종합병원은 60%(13만 원)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같은 일반 서민들은 어찌 대처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이 아프지 않은 것이겠지만 아픈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주변 병원을 파악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많은 의료진이 퇴사한 데다가 응급의학과 전문의까지 사표를 낸 곳이 많아 남은 의료진으로 응급실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응급실이 해당 병원에서 수술한 기존 환자 위주로 받고 있어 신규 환자나 다른 병원 환자는 받지 못하므로 가급적이면 본인이 다니던 병원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 마치며

솔직히 응급실 진료거부나 KTAS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낍니다. 그동안 급해서 응급실을 가보면 응급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각자 입장에서 보면 급할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급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정말 급한 사람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인상이나 KTAS 분류에 의해 응급환자를 가리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증에 해당되며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다 죽어갈 듯 아픈데 경증환자니까  응급실 가지 말고 기다렸다가 동네병원을 가야겠다 생각할 수 있을까요? 며칠 뒤면 추석도 있고 긴 연휴인데 그런 때에 아프면 어찌 해아 할까요? 또한 경증환자로 취급되어 진료는커녕 응급실에서 문전박대를 당한다면 마냥 찬성할 수 있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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