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근이영양증에 대한 글로벌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습니다. 화이자, NS파마 등이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근이영양증은 주로 남아에게서 디스트로핀 유전자 결핍으로 발생하는 희귀 근육질환입니다. 현재 완치법이 없어 여러 제약회사에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근이영양증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질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육에 관련된 병이라고 하면 루게릭병부터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근이영양증은 어떤 질환일까요? 오늘은 근이영양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근이영양증이란?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은 근위축증이라고 불리며 근육 세포의 퇴화와 약화가 특징인 유전성 질환입니다.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며 디스트로핀(dystrophin)이라는 단백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디스트로핀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위치해 있으며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코딩합니다. 이 단백질은 근육 세포막을 강화하고 근육 세포가 수축할 때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결함 또는 결핍은 근육 세포의 손상과 퇴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근이영양증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으며 각 유형은 다른 유전자 결함에 의해 발생하고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DMD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디스트로핀 단백질 결핍이 원인인 뒤센 근이영양증, DMD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부분적 디스트로핀 단백질 기능이 원인이 베커 근이영양증, 19번 염색체의 DMPK 유전자의 비정상적 확장인 제1형 근긴장성 근이영양증, 3번 염색체의 ZNF9 유전자의 비정상적 확장이 원인이 제2형 근긴장성 근이영양증, EMD 또는 LMN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인 에머리-드레피스 근이영양증, 4번 염색체의 DUX4 유전자 조절문제인 페르스코틴 근이영양증, 림-거든 근이영양증, 콘지탈 근이영양증 등 다양한 유형의 근이영양증이 존재하며 각각의 유형은 고유한 유전적 원인과 증상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단과 치료는 유형에 따라 달라지며, 주로 유전자 검사와 임상 증상을 통해 진단됩니다.
이러한 근이영양증은 대표적으로 뒤센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과 베커 근이영양증(Becker Muscular Dystrophy, BMD)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결함으로 발생하지만 질병의 중증도와 진행 속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1. 뒤센 근이영양증(DMD)
뒤센 근이영양증은 근이영양증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유전성 질환으로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거의 또는 전혀 생성되지 않아 발생합니다. 주로 남아에게서 발생하나 드물게 여아에게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질병이 2~4세 어린 나이에 발생하며 진행이 매우 빠르고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결핍으로 인해 근육이 쉽게 손상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2. 베커 근이영양증(BMD)
베커 근이영양증은 증상과 유전양식이 뒤센 근이영양증과 유사하나 발병 연령이 청소년기나 성인기로 늦고 병도 서서히 진행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불완전하게 생성되지만 일부 기능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근이영양증은 X-연관 열성 유전 질환입니다. 이는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며 어머니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아들에게 유전됩니다. 여성은 두개의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한쪽이 결함이 있어도 정상유전자가 보완할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보인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남성은 단 하나의 X염색체만 가지고 있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근이영양증의 증상
근이영양증의 증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진행 속도와 중증도 역시 다양합니다.
▶ 뒤센 근이영양증의 증상
1. 조기 증상
- 보통 2~4세 사이에 첫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주의깊게 관찰할 경우 생후 1년 반이면 진단이 가능합니다.
- 걷기가 어렵고, 자주 넘어지며, 또래에 비해 걸음마를 늦게 시작합니다.
- 종아리 근육(비복근)의 가성비대(딱딱하고 커짐)가 나타나게 됩니다. 초기에는 종아리 근육이 강해서 걸을 때 다리를 넓게 벌리고 허리를 흔들며 걷게 되는데 이를 동요성 보행이라고 합니다.
- 복부를 내밀고 걷기도 하는데 이를 가우어스 징후(Gower's sign)라고 합니다.
2. 진행 증상
- 8~12세 사이에 평지에서의 보행이 점점 어려워져 휠체어 사용이 필요해집니다. 엉덩이 근육이 약해져서 걸을 때 엉덩이가 흔들리는 트렌델렌버그 보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팔과 어깨 근육이 약해지면 팔을 들어 올릴 때 어깨가 위로 올라가는 멀온 증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어렵고, 누운 상태에서 일어날 때 손을 사용하여 몸을 일으켜 세우는 등반성 기립을 하게 됩니다.
- 근육이 점차 작아지고 약해지며 지방과 결합 조직으로 대체됩니다. 상체와 팔 근육의 약화로 인해 일상 생활 동작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근육의 약화와 손상으로 인해 경련과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척추측만증 : 척추의 비정상적인 만곡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휠체어 사용 이후에 흔히 발생하게 됩니다.
- 심근병증과 같은 심장 근육의 약화로 인해 심장기능이 저하됩니다. 부정맥, 심부전 등의 심장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심근병증 진단 시기는 평균 14.4세입니다. 심장과 호흡기 근육의 약화로 인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심장이나 호흡기 문제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 일부 뒤센 근이영양증 환자에서는 경미한 인지 기능 저하가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습 장애나 집중력 부족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베커 근이영양증의 증상
1. 조기 증상
- 뒤센형보다는 늦게, 보통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 보행의 어려움이 뒤센형보다 덜 심각하며, 초기에는 운동 후 피로와 근육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진행 증상
- 근육 약화가 천천히 진행되며, 다리와 골반 근육이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 이후 상체와 팔 근육도 점차 약해집니다.
-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서 20대까지는 혼자 걷는 것이 가능합니다. 30대 이후에 휠체어 사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심장문제(심근병증)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주로 중년 이후에 발생합니다.
- 호흡기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나 뒤센형보다는 덜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근이영양증의 진단
근이영양증의 진단은 증상 확인, 가족력 평가, 다양한 검사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1. 임상 평가
- 증상 관찰 : 보행 여부와 근육약화, 종아리 근육의 가성비대 등을 관찰합니다.
- 가족력 : 근이영양증은 유전 질환으로 가족력 조사가 중요합니다.
2. 혈액 검사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틴 키나아제(CK) 수치를 확인합니다. 근육의 손상이 있을 때 CK 수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근이영양증 환자는 매우 높은 CK 수치를 보입니다.
3. 근전도 검사와 신경전도 검사
- 근전도 검사(EMG) : 근육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여 근육 약화와 손상 정도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신경전도 검사(NCV) : 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신경 문제와 근육 문제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근육 생검
작은 근육 조직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분석합니다.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유무와 양을 확인하며, 근육 섬유의 퇴화와 지방 및 결합 조직의 증가를 확인합니다.
5. 유전자 검사
디스트로핀 유전자를 분석하여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합니다. 특정 엑손(유전자 정보중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의 결실이나 중복여부를 확인하여 뒤센형 또는 베커형 여부를 구분합니다.
6. 심장 및 호흡기 검사
- 심장 검사 : 심전도를 통해 심장 리듬과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여 부정맥이나 심근병증 여부를 확인합니다.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장 구조와 기능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 호흡기 검사 : 폐기능검사를 통해 폐의 용량과 호흡 능력을 평가합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중 호흡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수면 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합니다.
근이영양증의 치료 및 관리
현재로는 완치법이 없으며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치료가 주로 이루어집니다.
1. 약물치료
-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 : 프레드니손(Prednisone)과 데플라자코르트(Deflazacort, 캘코드정)와 같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여 근육의 염증을 줄이고 근육 강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질병 진행 속도를 지연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체중 증가, 고혈압, 골다공증, 성장 지연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항염증제 :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를 사용하여 통증과 염증을 줄입니다.
- 심장 치료제 : 심근병증과 같은 심장 문제를 관리하는데 베타 차단제와 ACE 억제제를 사용합니다.
2. 유전자 치료
- 엑손 스킵핑(Exon Skipping) : 비정상적인 엑손을 건너뛰어 정상에 가까운 형태의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생성하게 하는 원리로 에테플리센(Eteplirsen), 골로디르센(Golodirsen), 빌텔모르센(Viltolarsen)을 사용합니다.
- 유전자 교정(Gene Editing) :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을 통해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직접 수정하는 방법으로 아직 실험 단계에 있으며 임상 적용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 유전자 보충 : 아데노연관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를 이용하여 정상 디스트로핀 유전자를 근육 세포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실험 단계에 있으며 임상 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3.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 물리치료(Physical Therapy) : 근육의 유연성과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치료를 시행하여 스트레칭, 저항운동, 유산소 운동을 포함합니다. 수영과 수중 치료를 통해 근육 손상없이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 : 일상 생활 동작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휠체어, 기립대와 같은 보조장치를 이용합니다. 기립대는 서있는 동작을 함으로써 혈액순환, 건강한 뼈, 곧은 척추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아킬레스건을 늘려주어 발이 굽는 것을 방지하는 발목 보조기(AFO)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잠자는 동안 착용하여 발이 아래로 굽지 않도록 하며 짧아지는 아킬레스건으로 인한 보행의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함입니다.
4. 호흡기 관리
- 호흡 보조 장치 : 밤에 호흡을 보조하기 위해 양압호흡기(BiPAP)를 사용하거나 심각한 호흡 근육 약화시 인공호흡기를 사용합니다.
- 폐렴 예방 : 폐렴구균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등을 접종하여 예방합니다.
5. 심장 관리
어린 시절부터 2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심장검사가 필요합니다. 정기적인 심전도, 심장 초음파를 통해 심장기능을 확인합니다. 만 10살이 지나면 매년 검사를 하며 심전도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약물 사용으로 심장근육 악화과정을 늦출 수 있습니다.
6. 식단과 영양
특별한 식이 제한은 없고 균형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 D 섭취가 중요합니다. 또한 변비 예방을 위해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권장합니다. 연하곤란(삼키기 어려움)이 있을 경우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7. 인지와 행동장애
학습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발달신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불안, 우울증과 관련되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8. 척추 곡률관리
척추측만증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과 자세 유지가 중요합니다. 심한 경우 척추 교정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근이영양증은 특정유전자의 결함으로 근육세포가 손상되고 약화가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주로 남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드물게 여아에게서도 발생합니다. 뒤센 근이영양증은 어린 시절 발병하며 진행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20대 중반~30대 초반에 호흡기 합병증인 심장 질환을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커 근이영양증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발병하며 진행속도가 느리고 증상이 덜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이영양증의 예후는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조기 진단과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적절한 관리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가능한 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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