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와 라면을 먹는데 아이가 쩝쩝,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에 소리를 안 내는데 왜 안 하던 행동을 할까 하고 물어보니 아이가 한다는 말이 유튜브에서 봤다는 것입니다. 소리를 내면서 먹는 모습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한번 따라 해 봤다고 합니다. 먹방을 볼 때면 아무런 말없이 ASMR이라고 소리만 들려주기도 한답니다. 물론 저도 먹방을 가끔 봅니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될 때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직접 따라 하니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그리고 면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도 된다고 식사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라고 유튜브에서 봤다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면음식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맛있게 먹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다 보니 일본 문화도 한국 문화인양 배우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고 먹는 것일까요? 먹방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소리를 내면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오늘은 소리 내면서 식사하는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음식 먹을 때 유달리 소리를 내는 이유가 뭘까?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소리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오물오물 또는 우물우물 같은 음식을 씹어 삼키는 소리가 나게 되고 음식이 입에 있는데 입을 벌리면 쩝이라는 소리 정도가 납니다. 그러나 쩝쩝, 찹찹, 후루룩 같은 소리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다기보다는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며 음식물이 튄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소리를 안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게 식사 예절이기도 합니다. 음식을 소리 내어 먹는 행동은 동서를 막론하고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소리 내며 밥을 먹는 사람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말로 쩝쩝충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쩝쩝이나 후루룩, 찹찹 이런 소리는 왜 나는 것일까요?
1. 입을 열고 먹는 습관
음식을 씹을 때 입을 완전히 다물지 않고 씹으면 공기가 들어가면서 소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습관적인 행동일 수 있으며 별다른 신체적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호흡 문제(비염, 코막힘)
비염이나 코막힘 등으로 인해 코로 숨을 쉬기 어렵다면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 숨을 쉬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때 씹는 도중에 공기가 들어가 소리를 더 많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후루룩 소리가 나는 경우는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3. 구강구조나 치아 문제
구강구조나 치아 상태에 따라 음식 씹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소리가 크게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아 배열이 불규칙하거나 교정 장치를 착용한 경우 씹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 있습니다.
4. 식습관
급하게 먹거나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씹으려고 할 때도 쩝쩝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이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쩝쩝 소리 유달리 나만 느끼는 것일까? (미소포니아)
사람마다 소리에 민감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은 크게 인지하지 못해도 맞은편 타인은 민감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 음식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를 크게 내는 경향이 있지만 그 소리에 익숙하다면 문제로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쩝쩝 소리를 못 견디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느끼지만 이러한 증상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미소포니아'라는 상태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미소포니아(Misophonia)는 특정 소리에 대해 과도한 불쾌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아니라 특정한 소리에 대해 극도로 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일종의 신경학적 증상입니다. 미소포니아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싫어하는 소리는 쩝쩝거리거나 음식을 씹는 소리, 후루룩 소리, 발을 끄는 소리, 코를 훌쩍이는 소리와 같은 일상적인 소리입니다. 이러한 소리를 들으면 불쾌감, 짜증, 분노, 혐오감 등을 느낄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나 불안, 심지어 공황증상까지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미소포니아를 겪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식사 자리 나 술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미소포니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신경학적 요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미소포니아가 뇌의 특정 부분(청각 처리와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부분)이 특정 소리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소포니아 치료 방법은 대상 소리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반응을 조절하는 인지행동치료(CBT)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특정 소리나 자극에 대해 '이 소리는 정말 끔찍해' 또는 '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이나마 덜 부정적인 방식으로 '이 소리는 불편하지만 내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어'와 같은 생각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음식을 소리 안 내고 먹는 방법은 없을까?
음식을 소리 없이 먹는 것은 예의를 지키고 주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행동입니다. 간단한 동작으로 소리를 줄이고 조용하게 음식 먹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알아보겠습니다.
1. 입을 다물고 씹기
어릴 적부터 배운 내용입니다.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입을 다물고 음식을 씹는 것입니다. 입을 벌리고 씹으면 공기가 들어가면서 소리가 나기 쉽습니다. 음식을 씹을 때 입을 꼭 다물고 조용히 씹는 습관을 들이면 소리가 훨씬 줄어듭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입으로 숨을 쉬면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숨 쉬는 방법도 조절을 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코로 숨을 쉬고 입으로는 음식만 씹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비염이 있거나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면 치료를 통해 호흡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 천천히 씹기
음식을 급하게 씹거나 빨리 먹으면 소리가 더 크게 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넣지 않고 천천히 씹으면 소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천천히 씹으면 소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입안에서 음식을 씹는 방식도 소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데 입안에서 음식을 과도하게 눌러 씹지 않고 부드럽게 씹으면서 혀와 입천장을 최대한 멀리 두면 소리가 덜 납니다.
3. 작은 양을 입에 넣기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씹는 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고 작은 조각을 입에 넣고 씹으면 소리가 덜 납니다.
4. 음료와 함께 먹기
음식을 먹을 때 건조한 음식이 입안에 남아서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물이나 음료를 마시며 함께 먹으면 음식이 부드럽게 씹히고 소리가 덜 납니다.
5. 부드러운 음식 선택하기
딱딱하거나 바삭한 음식보다는 부드럽고 씹기 쉬운 음식을 선택하면 씹을 때 나는 소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과일이나 찐 음식처럼 부드러운 음식도 소리가 덜 납니다.
마치며
사실 쩝쩝거리며 먹는 게 잘못인 데 내가 왜 치료를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냥 혼자 먹는 것이 편하고 구내식당이나 식당 같은 데에서 음식 먹을 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쓴다던지 핸드폰을 보면서 먹으면 불쾌감을 줄일 수 있는 데 말입니다. 그러나 평생 다른 사람과 식사를 안 할 수 있을까요? 만약 미소포니아 해당한다면 불쾌감을 좀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하고, 평소 음식을 쩝쩝거리며 먹는다면 그렇지 않게 행동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문화는 소리를 안 내고 입을 다물고 음식을 먹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요즘 아이들은 먹방을 보며 자라서 소리 내고 먹는 모습이 당연하게 여기는데 식사 예절이 어떠한지를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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