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 아프리카 대륙에 엠폭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엠폭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적인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비상사태는 WHO가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를 말합니다. 엠폭스란 어떤 질병일까요? 오늘은 엠폭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엠폭스(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란?
엠폭스는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원숭이 두창'으로 불렸으나 2022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차별적인 용어를 피하기 위해 '엠폭스(MPOX)'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천연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치명률이 훨씬 낮고 전염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엠폭스는 원래 중부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엠폭스는 원래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감염된 동물(예 : 원숭이, 설치류, 다른 야생 동물)의 혈액, 체액 또는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힌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감염된 사람의 피부 병변(발진이나 수포 등)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도 있습니다. 감염자의 체액(침, 혈액, 고름 등)과 접촉하거나 감염자의 병변이 닿은 옷, 침구, 수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될 수 도 있습니다.
엠폭스의 증상
엠폭스의 증상은 천연두와 유사하지만 대체로 덜 심각한 편입니다. 증상은 감염 후 약 2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 나타납니다.
1. 초기 증상
- 38.5℃ 이상의 고열 발생
- 심한 두통
- 근육이나 관절에 통증
- 림프절 부종
- 전박적인 무기력감과 피로감
2. 발진 및 피부 병변
초기 증상 후 1~3일 이내에 발진이 발생합니다. 발진은 주로 얼굴에서 시작하여 몸 전체로 퍼질 수 있으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발진은 일반적으로 매우 가렵고, 고름이 찬 농포는 압통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발진이 일단 나타나면, 그 부위는 흉터를 남길 수 있습니다. 발진의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반점 : 붉은색의 작은 반점이 나타납니다.
- 구진 : 반점이 솟아올라 구진이 형성됩니다.
- 수포 : 구진이 물집처럼 변하여 투명한 액체로 채워진 수포가 됩니다.
- 농포 : 수포가 고름으로 채워진 농포로 발전합니다.
- 가피(딱지) : 농포가 가피(딱지)로 변하며 딱지가 떨어지면서 치유됩니다.
3. 기타 증상
- 호흡기 증상 : 드물게 기침, 인후통, 비염 등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위장관 증상 :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엠폭스 증상은 보통 2~4주 동안 지속됩니다. 대다수의 환자는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어린이 그리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엠폭스의 합병증으로는 폐렴과 뇌염, 각막염 등이 있습니다.
엠폭스의 진단
엠폭스는 감염병 특성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감염확인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잠복기가 지나면 진단검사가 가능한데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1. 피부 병변 조직 검사
엠폭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피부 발진과 병변(구진, 수포, 농포 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병변에서 조직이나 액체를 채취하여 검사를 진행합니다. 피부에 나타난 병변에서 소량의 조직을 채취하거나 병변에 있는 액체를 주사기로 채취합니다. PCR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분석하여 엠폭스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2. 체액검사
체액(피부 병변에서 나온 액체, 구강이나 코, 목구멍에서 채취한 체액 등)을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병변에서 나오는 고름이나 체액을 직접 채취하거나 면봉을 사용해 피부 병변을 문질러 체액을 얻은 후 PCR 검사를 수행합니다.
3. 가피(딱지)검사
가피는 피부 병변이 치유되면서 생기는 건조한 껍질입니다. 가피에서도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데 가피가 자연스럽게 떨어진 경우 그 가피를 수집하여 PCR 검사를 진행합니다.
4. 구인두도말 검사
구인두도말은 구강과 인후부(목구멍)에서 채취한 샘플을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엠폭스 바이러스가 인후부에 존재할 수 있어 이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습니다. 긴 면봉을 사용해 목구멍의 뒷부분(인후부)을 문질러 샘플을 채취합니다. 채취한 샘플로 PCR 검사를 시행해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분석합니다.
5. 혈액 검사
혈액 검사를 통해서도 바이러스 감염의 상태나 면역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팔의 정맥에서 혈액을 채취하여 혈액 내 바이러스의 유전자나 항체를 검사합니다. 그러나 혈액 검사만으로는 엠폭스 진단이 확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검사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엠폭스의 치료
엠폭스는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도 2~4주 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엠폭스의 치료는 주로 증상 관리와 합병증 예방에 중점을 둡니다.
1. 대증요법
엠폭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대증요법을 시행합니다.
- 해열제 및 진통제 :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과 같은 약물이 사용됩니다.
- 항히스타민제 : 가려움증을 완화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국소 연고 : 피부 병변의 가려움증이나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연고나 진정 연고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항바이러스제
일부 항바이러스제는 엠폭스 치료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여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습니다.
-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 상품명: TPOXX) : 천연두와 관련된 질병에 대해 승인된 항바이러스제로 엠폭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FDA에서 천연두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로 중증 엠폭스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 브린시도포비르(Brincidofovir) : 또 다른 항바이러스제로 정두창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 시도포비르(Cidofovir) : 테코비리마트와 유사한 약물로 면역 억제 상태의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3. 면역글로불린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면역글로불린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치료법은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중증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면역글로불린은 엠폭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4. 입원 및 격리 치료
중증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엠폭스는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막기 위해 격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감염된 환자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격리하고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볼 때 보호장비를 사용하며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위생 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엠폭스의 예방
1. 엠폭스 예방접종
엠폭스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백신은 주로 천연두 백신입니다. 천연두와 엠폭스 바이러스는 정두창바이러스 속에 속하기 때문에 천연두 백신이 엠폭스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를 가집니다. 백신 접종 대상은 엠폭스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인 높은 사람들을 위주로 권장됩니다. 예를 들어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 의료 종사자,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접종이 권장됩니다. 엠폭스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은 노출 후 예방접종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감염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엠폭스 예방 백신은 다음과 같습니다.
- JYNNEOS (Imvanex, Imvamune) : 최신 천연두 및 엠폭스 예방 백신으로 미국 FDA와 유럽에서 승인받은 백신입니다. 이 백신은 전통적인 천연두 백신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 ACAM2000 : 이전에 사용되었던 천연두 백신으로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백신은 JYNNEOS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더 크지만 엠폭스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엠폭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2회에 걸쳐 접종합니다. 두 번째 접종은 첫 번째 접종 후 4주 뒤에 시행됩니다. 과거 두창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는 1회만 접종합니다. 백신 접종 후에는 주사 부위 통증이나 발적, 부기 등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며칠 후 자연 소실됩니다. 엠폭스 예방접종은 정해진 의료기관에서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전 예약제로 예방접종 예약을 통해 접종이 가능하며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
2. 개인위생 준수하기
엠폭스를 예방하려면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엠폭스는 직접 접촉이나 감염된 물질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손을 자주 깨끗하게 씻는 것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비누로 20초 이상 꼼꼼히 씻으며 식사 전, 화장실 이용후 공공장소에 다녀온 후, 얼굴 만지기 전 등 손을 잘 씻습니다. 또한 수건, 침구, 의류, 식기류 등과 같은 개인 물품을 공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감염자와의 접촉을 피하며 장갑, 마스크, 보호복과 같은 개인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엠폭스 바이러스가 코로나 19와 유사해 보이지만 엠폭스 바이러스는 코로나19처럼 비말로 감염되지 않습니다. 엠폭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려면 감염환자와 밀접 접촉이 있어야 합니다. 환자의 체액을 직접 만지거나 오염된 물건을 만질 때 감염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6월 첫 엠폭스 감염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감염된 사례가 있었는데 대부분 해외에서 감염된 후 귀국한 사례입니다. 해외여행이 늘어난 지금 아프리카 대륙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혹 여행 계획 중이거나 여행 후 귀국 예정인 경우라면 엠폭스 바이러스에 대해 주의하고 개인위생 수칙 준수를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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