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발리로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처음 가 본 발리에서 놀라운 것을 두 가지 발견했는데 하나는 도로를 점령한 수많은 오토바이와 다른 하나는 목줄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였습니다. 어느 장소를 가던 개들이 어슬렁거리며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데 저도 한 때는 개를 키웠었고 개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큰 개들이 목줄 없이 돌아다니니 귀엽고 좋다기보다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발리에서 광견병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어 여행하는 내내 개를 경계했었습니다. 발리뿐만 아니라 필리핀,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여전히 광견병이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여름휴가철을 맞이하여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오늘은 여행지에서 맞이할 수 있는 광견병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광견병이란?
광견병은 라비 바이러스(Rabies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주로 감염된 동물의 타액을 통해 전파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히는 것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됩니다. 주로 개, 고양이, 박쥐, 너구리, 스컹크, 원숭이 등이 감염동물이며 특정지역에서는 박쥐가 주요 전파 매개체입니다. 광견병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일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거의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광견병은 법정 3급 감염병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이후 광견병 발생 건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으로 인해 각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광견병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광견병은 광견병바이러스를 보유한 너구리등의 야생동물과 접촉한 개, 고양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전파가 가능한 인수 공통전염병이어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등록된 개체에게 국가백신 1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광견병 발생도 막고 더불어 사람의 건강도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남아시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광견병 발생에 관한 여러 보고가 있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인간 광견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팬데믹 이후 인간 광견병 사례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광견병 사망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로 해외여행 계획 중이라면 광견병에 대한 예방이 필요합니다.
광견병의 원인
광견병은 리사바이러스속(Lyssavirus genus)에 속하는 라비바이러스(Rabies virus)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바이러스가 특정 동물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순환하여 전파하는 것인데 특히 박쥐, 너구리, 스컹크, 여우, 원숭이 등이 라비바이러스의 자연숙주로 작용합니다. 라비바이러스가 이들 동물의 체내에서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박쥐, 너구리 등의 야생동물들은 감염된 상태에서도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라비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면 바이러스가 금발신경을 통해 중추신경계로 이동하며 혈뇌 장벽을 뚫고 뇌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피해 가며 번식하고 동시에 면역반응을 억제합니다. 잠복기가 끝나고 바이러스가 뇌에 감염을 일으키면 광견병의 특징적인 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광견병 증상
광견병은 물리자마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잠복기가 물린 부위, 바이러스의 양, 감염된 동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잠복기는 1주에서 3개월 정도로 다양하지만 드물게는 몇일에서 1년 이상까지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광견병의 잠복기는 물린 부위가 신경계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머리, 얼굴, 목 등 신경계와 가까운 부위에서 물리면 잠복기가 더 짧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신경계를 통해 뇌로 이동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광견병의 증상은 주로 두 단계로 나뉩니다. 초기 증상과 진행된 증상으로 나뉩니다.
초기 증상은 일반적으로 감염 후 2일에서 10일 정도 지속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며 감염된 부위 근처에서 시작됩니다.
- 발열
- 두통
- 피로감
- 불안감
- 식욕 부진
- 물린 부위의 통증, 가려움, 저림 등 감각이상
초기 증상 이후 급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바이러스가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며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1. 광견형(Furious Rabies)
- 극도의 흥분 및 과민 반응
- 헛소리 및 환각
- 불안감과 공포감 증가
- 공수증(공수병, hydrophobia) : 물을 두려워하는 증상
- 연하 곤란(dysphagia) : 삼키기 어려움
- 발작 및 경련
2. 마비형(Paralytic Rabies)
- 점진적인 근육 약화 및 마비
- 물린 부위 주변부터 시작하여 전신으로 퍼짐
- 혼수상태 및 사망으로 진행
광견병의 치료 및 예방
광견병은 증상이 나타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는 예방 조치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는 광견병 노출 전 예방 접종과 노출 후 치료가 포함됩니다.
1. 노출 전 예방 접종(Pre-exposure Prophylaxis)
광견병에 대한 예방 접종은 수의사, 동물 구조 활동가, 야생동물과 자주 접촉하는 사람 등에게 권장됩니다. 예방 접종은 총 3회 접종하는 데 첫 번째 접종 후 7일 후에 두 번째 접종을 하며 21일 또는 28일 후에 세 번째 접종을 하게 됩니다.
광견병에 노출된 경우
광견병 백신은 총 4회 접종해야 합니다.
2. 노출 후 치료(Post-exposure Prophylaxis, PEP)
노출 후 치료는 광견병에 노출된 사람을 위한 긴급치료로 물리거나 긁힌 직후에 시행해야 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 상처 처치 : 상처를 즉시 비누와 물로 철저히 씻어내고 그 후 알코올이나 요오드 용액으로 소독합니다. 이는 바이러스 입자의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면역글로불린 주사 : 감염 부위 주변에 직접 주사하여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노출 후 처음 7일 이내에 주사합니다.
- 광견병 백신 : 노출 후 첫날(노출 당일), 3일 후, 7일 후, 14일 후에 백신을 접종합니다. 면역 억제 상태에 있는 경우 5번째 접종(28일 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항생제 치료 :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인 광견병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는 않지만 광견병에 걸린 후 물린 부위나 긁힌 부위가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을 때 이차 세균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광견병은 감염된 후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사율 100%로 매우 심각한 질병입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힌 경우에는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함께 광견병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광견병의 긴 잠복기를 이용하여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각해지기 전에 치료를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광견병 백신이나 면역글로불린이 없다고 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이나 한국 희귀 필수의약품센터 정도에서만 백신을 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만약 동남아시아와 같은 해외로 여행을 가서 광견병에 물린 경우라면 그 나라에서 광견병 주사를 다 맞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로 광견병에 걸린 상태로 들어오거나 광견병 백신을 맞다가 들어온다면 치료방법이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광견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백신을 맞는 방법도 있지만 개에 물리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여행 시 개나 원숭이 등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미리 광견병 백신을 맞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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