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되면 수인성 감염병이 유행합니다. 질병관리청의 수인성 식품 매개 전염병 집단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7월에 수인성 전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온의 날씨에 장마로 높은 습도가 지속되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 등 위생환경이 나빠지면 각종 오염균이 쉽게 증식해 감염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수인성 감염병 중 장티푸스가 있습니다. 장티푸스는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으로 고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킵니다. 오늘은 장티푸스는 어떤 질병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티푸스란?
장티푸스(Typhoid fever)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입니다. 이 질병은 주로 위생 상태가 불량한 지역에서 발생하며 감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 전파됩니다. 장티푸스는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으로 법정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 살모넬라 타이피균이란?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Typhi)는 그람 음성 막대균으로 길쭉한 막대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균으로, 이 균은 사람의 소화기계에서 주로 발견되며 대변-구강 경로를 통해 전파됩니다. 살모넬라 타이피균은 소화기계를 통해 체내로 들어와 소장의 림프조직에서 증식합니다. 이후 혈류로 들어가 전신에 퍼지며 간, 비장, 골수 등 여러 기관에 감염을 일으킵니다. 다시 장으로 돌아와 장점막을 침입함으로써 복통, 설사, 장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장티푸스의 증상
장티푸스는 몸속으로 침투한 균의 수에 따라 보통 1~2주(최대 3주)의 잠복기를 가집니다.
1. 초기 증상
주된 증상으로는 발열이 나타나며 이는 오한과 함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비특이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무기력, 식욕부진, 구토, 설사, 변비 등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이러한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여 처음부터 장티푸스를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2. 진행 단계
- 제1주 : 서서히 체온이 상승하며, 40℃ 가까운 고열이 발생합니다. 이때 상대적 서맥과 함께 두통, 기침, 인후통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상대적 서맥은 열이 나고 있는 상태에서 기대되는 심박수보다 심박수가 낮은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상승하면 심박수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리반응입니다.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심박수가 분당 약 10회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대적 서맥이 있는 경우 이런 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열이 나더라도 심박수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습니다.
- 제2주 : 고열이 지속되고 복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복통은 감염자의 30~40%가 경험할 수 있으며 설사 증상 또는 변비 증상이 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2~4mm의 작고 분홍색 또는 장미색의 반점이 주로 복부가 가슴부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이 비대해질 수 있으며 비장이 커지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장이 커지면 주변 장기를 압박해 복통, 팽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제3주 : 상태가 악화되며 의식 혼미, 착란 증상, 장출혈, 장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제4주 : 체온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회복될 수 있으나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큽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중증으로 발전하여 중추신경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망률도 10~20%에 이릅니다.
장티푸스의 진단
장티푸스의 진단은 혈액, 소변, 대변, 골수 등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균 배양검사로 살모넬라 타이피균이 발견되면 진단합니다.
1. 혈액 배양
감염 초기에는 혈액에만 균이 있으며 혈액배양을 통해 살모넬라 타이피균을 분리해 낼 수 있습니다.
2. 대변배양, 소변배양 검사
감염 1주일 후에는 대변, 소변에서도 균이 나타나기 때문에 대변 배양, 소변배양, 골수 배양 등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골수에서는 항생제 투여를 받은 환자에게서도 90% 이상 균 배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적 가치가 높습니다.
3. 혈청학적 검사
위달 검사(Widal test)는 장티푸스 진단에서 사용되는 혈청학적 검사 중 하나입니다. 위달검사는 항체 반응을 측정하여 장티푸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며 항체가 발현되기까지 몇 주가 걸릴 수 있어 초기 진단에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백신을 접종받았거나 장티푸스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에서는 거짓 양성 결과가 나타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장티푸스의 치료
장티푸스는 감염자를 격리해서 치료합니다. 상태에 따라 대증 치료 및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장 천공, 장폐색, 급성 담낭염, 뇌혈전증 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치료 시 치사율이 1% 미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자의 2~5%는 담낭에 장티푸스균이 군락을 형성하여 영구 보균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낭 보균자의 경우 담석이 없으면 4~6주 동안 항생제를 투여하며 담석이 있을 경우 담낭 제거 수술과 함께 2~3주 동안 항생제를 투여하여 치료합니다.
1. 항생제 사용
장티푸스 주요 치료방법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퀴놀론계 항생제(예: 시프로플록사신), 페니실린계,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등이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항생제를 투여한 후에도 정상체온으로 되기까지는 5~7일이 걸립니다. 보균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항생제 치료는 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일정기간 유지해야 합니다.
2. 대증치료
수액요법, 해열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장티푸스에 걸리면 고열로 인하여 수분 및 전해질 손실이 심하므로 수분과 전해질 섭취가 필요합니다. 이때 정맥 주사로 수액을 통해 수분을 공급하며 고열을 완화하기 위해 해열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해열제는 타이레놀을 섭취하며 아스피린은 피해야 합니다. 아스피린은 장티푸스 환자에게 체온의 급격한 하강과 저혈압성 쇼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변완화제나 관장은 장 천공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하며 변비는 부작용이 없는 약물(락툴로스 등)을 통해 관리될 수 있습니다.
3. 격리와 균 배출 확인
장티푸스 환자는 대소변에서 더 이상 균이 배출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격리해야 합니다. 보통 회복 후 1주일까지 균이 배출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완화되고 항생제 치료를 완료한 후 대변에서 균 배양검사를 24시간 간격으로 시행하여 3회 연속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가 해제됩니다.
장티푸스의 예방
1. 장티푸스 예방 백신
장티푸스 백신은 장티푸스가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 권장됩니다. 장티푸스 유행 국가로는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이 있습니다. 이곳을 여행하기 2주 전에는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항체 형성기간이 2주 걸리기 때문에 출국 2주 전까지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장티푸스 예방 접종은 2~5세는 불활성화 백신(주사용 예방백신)을 1회 접종하며, 5세 이상 어린이와 성인에게는 경구용 생백신(비포티프 캡슐)을 격일로 3회 투여합니다. 투여 간격은 48~72시간입니다.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는 곳은 관할지역 보건소에서 가능합니다. 장티푸스 예방접종 가격은 8,000~10,000원 정도 하나 지역별로 상이하니 확인하셔야 합니다.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일반 병원에서 할 경우 20,000~25,000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티푸스 유행 국가를 여행 후 60일 이내에 발열, 오한,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가까운 병원에 가서 해외여행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리고 장티푸스 검사는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외여행 가기 전에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2. 위생관리 철저히 하기
깨끗한 물을 마시고 안전하게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며 손을 자주 씻는 등의 위생 관리가 중요합니다. 손은 음식 섭취 전, 화장실 다녀온 후, 외출 후 흐르는 물에 비누나 세정제를 사용하여 30초 이상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음식과 물은 가열하여 섭취하고 생야채는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음식물은 75도 이상, 1분 이상 익혀 먹는 것이 좋으며 어패류는 85도 이상 가열해서 익혀야 합니다. 장티푸스 유행국가를 방문했을 때에는 가급적이면 생수를 사서 마시고 얼음이 들어간 길거리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개인 물품 따로 쓰기
장티푸스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수건, 비누, 식기 등 개인 물품을 따로 사용해야 합니다. 장티푸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으로 물건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으므로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철저히 손을 씻어 감염병을 예방해야 합니다. 환자나 무증상 보균자가 사용한 물건이나 음식물, 배설물에 의해 전파될 수 있으므로 간접 접촉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예전에 "육남매"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에 막내딸인 말순이가 장티푸스에 걸렸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열이 나고 아파하는 말순이를 보고 오빠였던 두희가 학교에서 배운 장티푸스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후 동네에 말순이가 장티푸스에 걸렸다는 말이 나돌게 됩니다. 가족들은 병원으로 데려가고 싶지만 그 당시 병원에서는 장티푸스 환자를 격리 수용하며 격리 수용된 환자 중에 사망자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병원에 보내지 않게 됩니다. 집에서 다른 가족들과 격리되어 치료를 하던 도중 어느 날 집으로 보건소 직원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보건소 직원들이 환자인 말순이만 격리수용돼야 한다며 어머니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하자 말순이를 혼자 보낼 수 없었던 어머니는 말순이를 업고 몰래 도망치게 됩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 깊은 산으로 간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말순이를 간호하고 산속에서 만난 거지도사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말순이는 다시 살아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릴 때 보던 드라마라 주인공이 걸린 질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점이 극 중 내용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생각해 볼 때 의료 시설의 접근성이 낮고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에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 내용상 어머니의 지극정성을 부각한다는 부분에서는 감동적이었으나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발열, 복통, 두통 등의 증상으로 해열제 및 진통제가 필요하며 병원에서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손 씻기, 개인물품 사용하기 등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장티푸스 유행국가로의 여행 시 미리 예방접종하여 장티푸스를 예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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