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워낙 경기가 안 좋아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금이 되면 술 약속을 잡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아니면 퇴근 후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면서 좋아하는 술 한잔씩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이런 술 한잔이 삶의 낙이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한 가지 술만 마시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시기도 합니다. 소맥, 양맥, 하이볼 등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마시는데 오늘은 이렇게 섞어 마시는 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도수란 무엇일까?
알코올 도수란 음료에 에탄올(알코올)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즉 술 속에 에탄올이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를 퍼센트로 적어놓은 것입니다. 술병의 뒷면 성분표를 보면 % 표시를 찾을 수 있는데 예로 진로골드 제로 슈거에는 15.5%라고 적혀 있습니다. 진로골드는 병 한 용량의 15.5%가 에탄올이라는 의미입니다.
술은 종류에 따라 도수가 다 다릅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마시는 소주의 경우에는 15~17도, 맥주는 4~5도, 와인은 12~15도, 위스키나 보드카는 40도, 막걸리는 6~8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술의 맛, 향 등을 결정하는 요소이며 소비자가 자신의 음주 한도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더 빨리 취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음주 시 적절한 양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술을 섞어마시면 도수가 떨어질까?
술을 다른 술이나 음료와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떨어집니다. 이는 주류의 알코올 농도가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1. 소주와 맥주(소맥)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혼합된 음료의 알코올 도수는 소주와 맥주의 도수 사이의 값으로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도수 20% 소주 한 잔(50ml)과 알코올 도수 5% 맥주 한 잔(250ml)을 섞으면 혼합물의 도수는 약 7% 정도가 됩니다.
2. 위스키와 맥주(폭탄주, 양맥)
위스키와 맥주를 섞으면 혼합된 음료의 알코올 도수도 두 주류의 도수 사이로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도수 40% 위스키 한잔(30ml)과 알코올 도수 5% 맥주 한 잔(300ml)을 섞으면 혼합물의 도수는 약 9% 정도가 됩니다.
3. 위스키와 탄산음료(하이볼)
위스키와 탄산음료를 섞는 경우에도 역시 도수가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도수 40% 위스키 한 잔(30ml)과 탄산음료 한 잔(150ml)을 섞으면 혼합물의 도수는 약 6.7%가 됩니다.
섞은 음료의 알코올 도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혼합된 각 성분의 알코올 양을 합친 후 전체혼합물의 부피로 나누는 것입니다.
▶ 혼합 도수={(음료1의 부피 ×음료 1의 도수)+(음료 2의 부피 ×음료 2의 도수)} ÷ ( 음료 1의 부피+음료 2의+ 부피)
술을 섞어마시면 덜 취할까?
술을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면 알코올 도수는 낮아지지만 덜 취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취하는 정도는 섭취한 총 알코올 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도수가 낮아진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면 여전히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수 20%인 술 한 잔을 마시는 것과 도수 10%인 술 두 잔을 마시는 것은 결국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음주 속도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술을 섞어마시는 경우 도수가 낮아져서 마시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양의 술을 빠르게 마시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게 됩니다.
사실 술을 섞어마시면 한 가지 술을 마실 때보다 더 빨리 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몸에 술이 들어왔을 때 알코올 성분은 주로 위와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위에서는 약 10~20% 정도의 알코올이 흡수되며 나머지 80~90%는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우리가 술을 소맥, 폭탄주, 하이볼 등으로 섞어 마시게 되는데 여기에는 전부 탄산성분이 들어가게 됩니다. 탄산성분은 위장 내에서 유문괄약근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유문괄약근은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입구에 위치한 근육고리입니다. 이 근육은 음식과 액체가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조절합니다. 이완된 유문괄약근은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과 음료가 더 빨리 이동하게 만듭니다. 알코올이 소장으로 더 빨리 이동하면 소장에서 흡수되는 알코올의 양이 증가합니다. 소장은 흡수표면적이 크고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어 알코올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소장으로 빨리 이동한 알코올은 혈류로 빠르게 흡수되어 몸 전체로 퍼지게 됩니다. 이로써 더욱 빠르게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술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날까?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납니다. 반복적으로 술을 마시며 신체가 알코올에 적응하게 되어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덜 취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신체가 알코올을 처리하는 효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내성이 생길수록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마셔야 취하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됩니다.
술이 몸에 들어오면 주로 간에서 대부분의 대사가 이루어집니다. 소화기관에서 술이 흡수되는데 위에서 일부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알코올은 신속하게 혈액으로 흡수되고 혈류를 통해 간으로 운반됩니다. 간에서 알코올이 대사 되는데 주요 대사 경로는 알코올 탈수 소화입니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디하이드로 복합물이 생성되는데 주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대사 됩니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이후 아세트산으로 분해되고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됩니다. 술이 대사 되는 과정 중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이 있으며 과다 섭취 시 숙취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숙취해소 하는 방법은?
술을 마시고 숙취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숙취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술 적당히 마시기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인데 실천하기 힘든 방법입니다. 적정한 양의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음주량은 개인의 건강 상태, 체중, 음주 경험, 성별 등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적인 음주 가이드라인은 남성은 일주일에 소주 2/3병, 여성은 반병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길 수 있는 주량을 말합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 크기가 작아 알코올 분해 효소도 남성보다 적습니다. 따라서 알코올량도 적습니다.
2. 물 충분히 마시기
술을 마시면 이뇨작용이 생깁니다. 이는 알코올이 항이뇨호르몬(ADH, antidiuretic hormone)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ADH는 신장에서 수분 재흡수를 촉진하여 소변의 양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ADH의 분비를 억제하면 신장에서 수분 재흡수가 감소하여 소변의 양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 결과 체내 수분 손실이 증가하고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고 탈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면 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두통이나 숙취의 강도도 줄일 수 있습니다.
3. 술 마실 때 안주와 함께 먹기
안주를 먹으면 위장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를 느리게 하여 천천히 취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은 특히 알코올 흡수를 더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과 단백질 많은 음식을 튀기거나 매운 음식으로 만들면 오히려 위장과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리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기나 생선은 굽거나 찌거나 삶는 방식의 조리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기나 치즈같이 지방과 단백질 풍부한 식품을 섭취할 때 구운 채소를 곁들이면 부족한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어 알코올 흡수를 느리게 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술을 마시기 전에 가벼운 식사로 속을 채우는 것입니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빠르게 혈류로 흡수됩니다. 그러나 음식물이 위에 있으면 알코올이 위에 더 오래 머물게 되고 이는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늦춥니다. 알코올이 위에서 천천히 흡수되기 때문에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됩니다.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4. 간헐적으로 술 마시기
술을 마신 후 몸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의 건강상태, 나이, 체중, 성별, 대사 속도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간에서 주로 분해되며 일반적으로 간은 한 시간에 약 0.0015 혈중 알코올 농도(BAC)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소주 1병(약 360ml, 알코올도수 20%)은 약 7~8 표준 음주 단위에 해당합니다.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상당히 높일 수 있으며 간이 이를 완전히 분해하는 데 약 7~8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코올 분해가 끝났다고 해서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탈수, 영양소 고갈, 수면부족, 간 회복과 같은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계산이지만 소주 1병을 마신 뒤라면 최소 1~2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 기간 동안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며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계산은 건강한 성인 남성에 대한 일반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만성 질환이 있거나 간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더 긴 회복기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5. 해장 음식 먹기
술을 먹고 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울렁거리면서도 허한 속, 피곤한 몸으로 괴롭기만 합니다. 술을 마시면 간에서 일시적으로 포도당 합성이 억제되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당이 낮은 상태에서는 속이 허하고 피곤한 느낌이 날 수 있습니다. 또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숙취를 앓을 수 있는데 해장음식을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콩나물국 :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여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고 수분 보충과 함께 비타민C와 아미노산이 포함되어 있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 황태해장국 : 황태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간 기능 회복을 도와줍니다. 또한 수분 보충에도 효과적입니다.
- 스크램블드 에그, 오믈렛과 같은 달걀 요리 : 달걀에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여 에너지를 보충해 줍니다.
- 바나나 : 칼륨이 풍부하여 알코올 섭취로 인해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해 줍니다. 또한 바나나는 소화가 잘되며,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술은 그냥 마시든 섞어마시든 체내에 들어오는 알코올 총양에 의해 취하게 된다고 합니다. 술을 섞어마시면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으며 맛도 좋아 많은 분들이 섞어마시게 되는데요. 가끔씩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것은 스트레스 완화와 심혈관 질환 감소, 대사활동 촉진 등의 효과가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상태에 맞는 적당한 음주량을 지켜 마시고 좋은 음식과 함께 충분한 수분섭취 그리고 숙취해소를 위한 해장음식 먹기 등을 통해 건강한 음주 생활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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