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토사곽란(吐瀉霍亂) '이라는 말을 잘 안 씁니다. 그 말을 쓰면 마치 조선시대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입니다. '토사곽란'은 토하고 설사한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사용하며 위경련, 급성위장염의 증상에 해당되는 표현입니다. 또 한 가지 토사곽란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콜레라'입니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장 감염병입니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전염되는데 오늘은 콜레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콜레라란?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장 감염병입니다. 주로 심한 설사와 탈수를 특징으로 합니다. 콜레라는 과거 괴질, 호열자라고 불리며 공포의 질병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와 위생 환경의 개선, 상하수도 시스템의 발전, 의료 접근성의 향상 등으로 인해 콜레라 발생률이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여름에 부산과 경상남도에서 회를 먹고 발생한 콜레라 환자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 이후에 발생한 콜레라 환자는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사례들입니다. 국내에서 콜레라 감염 환자수가 전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고 있는 요즘 콜레라 유행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콜레라 유행지역으로 아프리카(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남수단, 잠비아, 짐바브웨, 탄자니아), 아시아(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파키스탄, 예멘), 카리브해 지역(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중남미(베네수엘라)의 지역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콜레라가 여전히 문제 되는 지역은 주로 위생 상태가 열악하고 깨끗한 음식에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입니다. 해외여행 시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콜레라의 원인과 전파경로
콜레라의 원인은 비브리오 콜레라 세균입니다. 이 세균은 여러가지 독소를 생성할 수 있으며 특히 장내에서 콜레라 독소(Cholera toxin, CT)를 생성하여 병을 일으킵니다.
콜레라균에는 다양한 혈청형이 있습니다. 혈청형은 세균의 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 특히 O 항원(외막 다당류)에 따라 분류됩니다. 콜레라를 일으키는 주요 혈청형은 O1과 O139입니다. 이 두 혈청형이 콜레라 독소를 생산하며 장세포의 기능을 방해하여 대량의 물과 전해질을 장 내로 분비하게 만들어 심각한 설사와 탈수를 유발합니다.
콜레라는 주로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전파됩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잘 발생하며 특히 상하수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오염된 물로 세척된 채소나 과일, 제대로 익히지 않은 해산물 등도 콜레라 세균을 전파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산물은 콜레라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개인위생이 불량하거나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경우 콜레라 세균이 손을 통해 음식이나 물에 오염될 수 있습니다. 콜레라에 감염된 사람의 배설물이 수원이나 토양을 오염시키면 그 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콜레라의 증상
콜레라의 증상은 세균에 감염된 후 몇 시간에서 5일 사이에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의 정도는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합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빠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1. 심한 설사
콜레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대량의 수양성 설사입니다. 이 설사는 흔히 "쌀뜨물 설사"라고 불리며 쌀뜨물처럼 묽은 형태를 보입니다. 대변에는 혈액이나 점액이 거의 포함되지 않으며 급격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복통이 없다는 것입니다.
2. 구토
잦은 구토가 있을 수 있는데 구토를 하면 할수록 탈수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3. 급성 탈수
심한 설사와 구토로 인해 체액 손실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탈수 증상으로는 갈증, 건조한 입과 피부, 감소된 소변량, 어지럼증, 무기력 등이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 피부 탄력 감소(피부를 꼬집었다 놓았을 때 느리게 돌아옴), 눈이 움푹 들어감, 빠른 심박수, 낮은 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전해질 불균형
대량의 체액 손실로 인해 전해질(특히 나트륨, 칼륨, 염소)이 불균형 상태가 됩니다. 전해질 불균형은 근육 경련, 무력감, 혼란, 심장 박동이상 등을 유발할 수있습니다.
5. 저혈압 및 쇼크
심각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치료되지 않으면 저혈압 및 순환기 쇼크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의식 저하, 빠르고 약한 맥박, 차가운 사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경증의 콜레라의 경우 경미한 설사나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등도 콜레라인 경우에 설사와 구토가 나타나지만 적절한 치료로 쉽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콜레라의 치료
콜레라는 대변 및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증상에서 일반적인 장염과 구별이 되기도 하지만 대변검사를 통해 비브리오 콜레라 세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전해질 농도와 혈액총합, 적혈구의 세포외 전해질 여부 등을 확인하여 진단합니다. 콜레가 확인이 되면 환자는 격리치료를 하게 됩니다. 항생제 치료 종료 48시간 후부터 24시간 간격으로 2회 대변 배양 검사가 음성일 때까지 격리합니다. 콜레라 치료에는 다음과 같은 치료방법이 이용됩니다.
1. 수액 치료
콜레라의 주요 치료는 수액 보충입니다. 심한 탈수로 인해 손실된 체액과 전해질을 대체하기 위해 수액을 경구나 정맥을 통해 주입합니다. 수액은 주로 전해질을 포함한 용액이며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전해질은 나트륨, 칼륨, 염소 등입니다. 수액은 중증 환자에게 필수적이며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구강 수액을 통해 집에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구강수액은 주로 물에 전해질과 당류(글루코스)를 추가하여 쉽게 소화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2. 항생제 치료
콜레라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에 의한 감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증 환자나 항생제가 필요한 병원 내 감염 환경에서는 항생제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도시사이클린(Doxycycline),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 퀴니프록신(Ciprofloxacin),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등의 항생제가 사용될 수 있으며 각 지역의 비브리오 콜레라 균주에 대한 항생제 민감도를 고려하여 사용됩니다.
콜레라의 예방
콜레라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므로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과 물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1. 깨끗한 물 섭취
콜레라 예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시는 것입니다. 강물, 우물물 등의 물은 반드시 끓여서 마시거나 살균 필터를 사용하여 정화한 후에 마셔야 합니다. 또한 여행 시 물을 마실 때 가급적이면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안전한 음식물 섭취
외식이나 길거리 음식을 섭취할 때는 신선하고 완전히 조리된 음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해산물과 육류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합니다.
3. 개인위생 관리
비누나 손세정제로 손을 자주 씻고 청결을 유지합니다. 식사를 하기 전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합니다.
4. 여행 전 예방 접종
우리나라에서는 콜레라 예방접종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콜레라 백신이 콜레라에 대한 면역력 형성 정도도 낮고 지속기간도 짧아서 백신 접종이 권고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콜레라가 유행하고 있는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콜레라 예방접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면역 형성은 기초접종 2회(1~6주 간격으로 접종)와 추가 접종(2년 간격으로 1회 접종)이 권고되고 있으며 이용가능한 백신은 경구용으로 콜레라와 장독소대장균을 예방하는 백신입니다. 콜레라 예방접종 백신비는 24년 3월 기준 32,600원으로 자세한 내용은 질병관리청 국립검역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콜레라가 실제로 발생한 것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콜레라에 있어서는 청정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콜레라는 온도가 높고 물의 오염이 잦은 여름철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및 콜레라 유행지역에 여행 예정이라면 콜레라 발병에 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며 깨끗하고 안전한 물과 음식을 섭취하여 콜레라를 예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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